나의 이야기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0. 31. 10:52



파도가 되었다가
산이 되었다가
나무가 되었다가
섬이 되는 나이
우둠지에 이끼처럼
질긴 생으로 가는 새처럼
새벽은 질긴 여명을 뚫고 밝아온다

사십이었던가
오십이었던가
한참 산을 오르고
벼랑을 타고
산맥을 가로지르던 젊음은
고개를 꺾었다
칠갑산을 불러야 목울대가 터지는 그런 신음으로 산다

너는 가을처럼 가고
나는 겨울처럼 오고
봄은 영영 가고 안 오지만
그래도 산다
無命으로 산다

섬은 다 떠나 버리고
서리 내린 낙엽 위로 빛나는 설움이여
어쩔 수 없어 산다
숨이 붙어 산다

안부도 없는 이는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살다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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