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변명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6. 28. 09:04



구차하지요
그냥 이대로 살렵니다
작은 오해로 운명이 갈리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숙명이지요
오해를 푼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이미 정해진 운명대로 가는 거니까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땐 길 비켜 드리지요
목례라도 한번 해주시면 고맙고요
그냥 스쳐 가셔도 괜찮습니다
절대 뒤는 돌아보지 마십시오

사소한 오해는 큰 방죽도 허물어 트립니다
조그만 구멍이 댐을 망가뜨리듯 말입니다
수많은 헛소문으로
해일이 일면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겁니다

그렇게들 이별하고 헤어지는 일이 사람 사는 일 아니겠어요

변명은 구차합니다
신뢰가 없으면 무너지게 마련이지요
그렇게 한 세상 이별하며 사는 겁니다

사랑은 물 같은 것이라서
고이면 변하고
그렇게
흘러가고, 이별하고, 잊혀지는 그렇고
그런 겁니다
궁색한 변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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