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피 지붕 위로 천사 같은 비가 내린다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는 비안개와 섞여 산봉우리를 휘어 오르고
나는 툇마루에 앉아 작은 소반에 된장국을 조반으로 먹는다
찐 감자는 쫀득거리며 내 목울대를 타고 위장에 이른다
굶주림을 덜어주는 양식이여 고맙다
호박 넝쿨에 어느새 노란 꽃이 피었구나
저 산마루에 걸린 달은 밝디 밝아 푸르구나
비에 가려서 새벽달을 감추고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송이를 따고
더덕을 캐고
칡을 뽑아서 술을 담아야지
비 오는 밤에 등불 켜고 술을 마셔야지
그렇게 비에 젖어서
쓰러져 잠들어야지
밤새도록 비가 오시기를
그렇게 푸욱 젖어 스며 드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