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숲이었던 사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7. 25. 09:24



불꽃이었다가
소낙비였다가
강물이었다가
바람이 된 사람이 있다
격정의 시간들을 보내고 세월의 뒤꼍을 돌아
요양원 뒤뜰에서 낙엽이 된 사람

숲이라는 사람이
나무 그늘에 앉아 참나리꽃 향기를 맡고 있다
낙엽처럼 생을 날려 보내고 숲이 된 사람
앉은뱅이 의자가 된 사람이 있다

우리는 모두 한 세월을 살고 간다
시절 인연으로 만나 헤어지고
홀로 그네처럼 흔들거리다가
서리지는 들판에 허수아비 옷자락이 된다

불꽃이었던 사람
소낙비였던 사람
강물이었던 사람
바람이었던 사람
숲이었던 사람

모두 세월의 소맷자락을 잡고 떠나갔다
나는 한 때 숲이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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