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下流人生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1. 3. 07:36



가을 공원 산책로에서
앞서 가던 어르신이
방귀를
북! 북! 북! 뀌신다
괄약근이 약해져서 가스가 새는 게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가 새어 나온다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며 지나간다
어르신은 아랑곳 않고 제 갈 길을 열심히 가신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제 뜻대로 안 되니
뻔뻔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괄약근이 말을 안 들으니 어쩔 수 없는 거다

나는 뒤돌아 보고 아무도 따라오는 이가 없을 때 방귀를 뀐다
아직은 그나마 조절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언젠가는 나도 괄약근을 제어 할 수없는 시기가 되면
어르신처럼
방귀를 흘리고 다닐지도 모른다

그럼 그때는 어떡하지
나돌아 다니지 말아야 하나ᆢ
집에만 있어야 하나ᆢ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런치 토스트, 放浪  (1) 2023.11.05
死의 속성  (1) 2023.11.03
곰국에 파김치  (0) 2023.11.02
왼손잡이  (0) 2023.11.01
시월의 마지막 밤  (0)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