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死의 속성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11. 3. 21:32



제 자리란
모든 것들을 잘라내야 얻는 희생의 산물인가
유리처럼 깨져야 빛이 나는 얼굴들이 스쳐간다
안부는 묻지 말자
강을 건너기 전에 나누는 인사가 그리움의 약속이라면
사노라며 만나는 이별의 상처들이 오히려 아름답다

오늘은 가을비가 내렸다
포도밭 원두막에서 마시는 탁주 한 사발이
수척한 그대를 생각나게 하고
스산한 가을 저녁
십 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

노란 우산을 두고 내린 역사 1번 출구 앞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잠시 갈 길을 잃고 서 있었다
우산은 '오이도' 쪽으로 열심히 가고 있을 것이다

제 자리란 없다
모든 것은 조금씩 잃어가며
죽어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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