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기우는 햇살에 몸을 맡기며
흔들의자에 앉아
오래전 그대가 보내준 펀지를 읽습니다
새장에서는 카카리키 앵무가 재잘거립니다
십 년이 지나간 연서지만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듯해
가슴이 저려옵니다
먼 곳에 그대가
오늘도 꽃 길만 걷고 있기를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은혜로운 날들이 생각납니다
동해를 거닐던 날처럼
그곳 방파제를 때리는 파도의 가슴으로
부디 멍들어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가 보낸 애모의 편지는 그곳에 닿기도 전에 젖어버려서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다시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세상에서
그대의 빛바랜 연서만
오늘도 하염없이 읽고
또 읽습니다
사랑은 한 철 소낙비처럼 지나가서
어디에 머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닿지 못할 연서를
쓰고 또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