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월의 뒷편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9. 24. 08:50

 



              세월의 뒷편

               

              항구로 가는 전차를 타면

              길가 가로등에 노란 불이 켜지고

              가로수마다 두런두런 저녁 수다를 떱니다

              세월 뒷편 언덕 아래 부둣가엔

              밤 배들이 불을 밝히고

              먼 나라로 가는 뱃고동을 울립니다

              종소리를 내며 전차는 제 집으로 돌아가고

              배도 제 갈 길로 떠나 갑니다

              우리는 전차를 탈까요 배를 탈까요

              아니면 항구 선술집에서 밤을 새울까요

              흰수염 귀신고래를 잡은 늙은 어부의

              옷 소매를 잡고 밤새 무용담이나 들을까요

              밤바다가 노래를 부르고 포구에 비가 내립니다

              그렇게

              또 한 시절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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