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을 끕니다
밤새 밝혀 두었던 불을 끕니다
날이 밝아오기 때문이죠
간밤에 무얼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어디로 헤메 다녔는지
산인지 들인지 강가였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납니다
그져 노란 수은등이 내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요
낙엽이 지는 날엔 이렇게 등불을 밝혀두고
길을 헤멥니다
비라도 내리면 나의 밤은 더 깊어가고
돌아갈수 없는 길가에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길섶엔 무서리 내리고 허수아비 어깨에도
살얼음이 집니다
이렇게 길을 잃고 헤메는 날에는
세상엔 아무도 없고 나 하나 뿐이죠
다들 어디로 숨어 버렸을까요
내가 혼자 숨어버린거 였어요
등불에 심지가 다 타버려 힘겨운 불꽃을
곶추 세우고 아침을 기다립니다
가을밤은 깊고
한정없이 길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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