裸木/金洛弼
옷을 벗는다
한때 무성했던 시절의 혼례복을 벗고
말간 몸을 보여주마
누구든 수고없이 나를 탐하거라
브래지어,팬티,거들,스타킹,
거리엔 내 속것 수천벌이 뒹굴고
길가에 그림자는 앙상하리니
내 도시는 그렇게 황량하리라
나는 한시절 알바뛰던 누드 모델이다
나의 가슴과 잘록한 허리와 탐스런 둔부를
부디 거둬 가거라
먼 훗날 내가 병들어 잘려 나가거든
나이테를 세며 나를 기억하고
내 육신을 불멸의 의자로 만들어 다오
나는 지금 옷을 입기위해 벗는다
그러나 너는 지금
옷을 벗기위해 입고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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