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간이 없어요ᆢ1980사우디아라비아/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6. 4. 6. 00:08

 




              시간이 없어요ᆢ1980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은 제 생이 천년만년 인걸로 압니다

              '알코바' 사업본부내 숙소에서 오침을 하고

              현장으로 가던 임기성 대리는

              오후에 싸늘한 죽음으로 '아람코' 지하 냉동실에

              누워 버렸습니다

              '호포프'로 가던 사막 고갯길에서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다가 마주오던 덤프 트럭과 정면충돌 하고

              말았어요

              귀국을 한달여 앞두고 미국으로 이민가 살거라며

              설레하던 그 였지요

              '마란츠' 고급 오디오도 장만해 놓고

              와이프 입센로랑 화장품, 아이들 로고 장난감을

              차곡차곡 귀국 가방에 싸놓고 있었지요

              정 떼느라 그랬는지

              나는 한달여간 두려움에 야간숙소 화장실 출입을

              도저히 할수가 없었어요

              운명이란 그렇게 졸지에 죄없는 생명을

              거두어 갑디다

              그러니 오늘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구요

              내일은 덤으로 오는 날 일지도 모른다구요

              오늘을 주저하지 마세요

              오늘을 행동하며 사세요

               

              임대리가 죽은후 나는 여직 덤으로

              삼십여년을 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작별을 준비하며 삽니다

              남을 위해 평생 죽도록 일만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나를 위해 살아야지요

              언제 작별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하고 싶은거 다 해보고 가야지요

              안 그런가요ᆢ

              시간이 없습니다

              나를 사랑하며

              나를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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