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리
804동 앞을 지나는데
양미리 조리는 냄새가 난다
문뜩 유년시절 송현동집 부엌 아웅이에서 양은냄비에서 끓는
양미리조림이 보인다
머리에 흰수건을 두르고 옥양목 얖치마를 두른 엄마도 보인다
옆 아궁이 가마솥에서는 물이 설설 끓는다
식구들 겨울아침에 쓸 뜨신 세숫물이다
문고리가 쩍쩍 달라붙던 그시절 동장군 추위는
방안에 요강도 땡땡 얼려버렸다
식구들의 온기로 서로를 뎁혀주며
붙어서 잠을 잤다
올해는 양미리가 풍어였다
양미리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났다
햇볕 좋은 처마에 엮어 꾸들꾸들 말려서 고추장 간장양념에
연탄불에 졸이던 겨울 별미
탱탱이 알이배어서 쫀득한 그 맛도 기가 막혔다
시장에 지천일때 사다가 말려두면 좋을텐데
요즘 아파트 살림에서는 가당치도않은 생각이다
그러니 그저 먼 옛날 생각일 뿐이다
내일 모레쯤엔 중부시장들러
양미리랑 참조기 말린 것을 사와야 겠다
엄마의 조림 맛을 흉내내긴 힘들 것이다
연탄 아궁이가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