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화석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3. 15. 23:29


 




              화 석


               

              새벽 오는 검은 사막에 서 있다

              몇억 광년을 지나

              굳은 몸의 낙타는 소금이 되고

              우리는 소금 사막에 서 있다

              저녁 나절이 되자 왠 나그네가

              火山을 오른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서 있다

              오늘도 또 어제도 내일도 우리는 그냥 서 있다

              밤에는 뜨거운 술을 마신다

              절인 정어리를 안주로 씹으며 노래를 부른다

              장송곡 이다

              그동안 늙은 촌장은 검은 산만 바라본다

               

              한 여자가 산을 오른다

              또 내려오질 않는다

              씨뻘건 마그마 덩어리가 소금 사막을 덮칠 때까지

              우리는 그래도 서 있다

              뜨거워도 서 있다

               

              우리는 죽음의 재를 신봉한다

              관을 짜고 비석을 세우고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서로의 무덤을 판다

              태고적 문신을 새기고

              소금 이불을 덮는다

              그렇게 질 좋은 소금이 된다

               

              한 남자가 낙타를 데리고 소금을 캐러 왔다가 산을 오른다

              그리고 영영 내려 오지 않았다

              山이 터지자 재가 새처럼 수만리를 날아갔다

              그래도 우리는 몇억년을 서 있다

              우뚝 서 있다

              우리는 낙타의 뼈를 발라서

              火石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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