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탄환
"아르페쥬" 향수가 어울리네요
어느 멋진 여인의 향기처럼
필립이 주고간 권총이 침대밑에 있었다
"베레타 93R"의 화력은 모른다
다만 필립이 본국으로 귀환하며
출국 검색대 통과가 어려우니 내게 맡겨둔 것이다
늘 삶에 대한 두려움에 떨던 필립은 "메스칼린"을 상습적으로 투입했다
내게도 권했으나 나는 삶에 대한 두려움보다 마약 중독이
휠씬 더 두려웠기 때문에 거부했다
'캠프 페이지'를 떠나던날 그가 "탱걸레이" 진 한병을 사들고
나를 찾아 왔었다
조지 맥컬린 교수가 인문학 시간에 한말이 기억난다고 했다
인간은 두려움에 대한 공포가 제일 크다고 했다
신경 안정제를 물대신 위스키로 넘기던 그가 싸이코였단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미국 시민권을 따기위해 자원했던 한국파견 미군병사 필립의
한국 이름은 김 수환
그가 파견 근무를 마치고 뉴욕으로 귀환후 얼마 지나지않아
혈액암으로 죽었을때 나는 별수없이 권총의 주인이 되는수 밖에 없었다
누구를 위해 쓸 것인지는 아직은 정해진바 없다
"아르페쥬" 여인을 쏘고 싶다
붉은 피가 아름다운 그대를 쏜 다음
나를 쏘고 싶다
필립은 내게 황홀한 총탄을 주고 갔다
그래서 내가 죽는다
침대 밑에서 요절한다
진달래 피는 삼월의 한가운데서
아르페쥬 향기와 죽는다는 것은
달콤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