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꼰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3. 24. 00:31

 




              꼰 대


               

              그만 살아도 되겠다

              볼것 못 볼것 다 보고

              못 할짓 할짓 다 해봤으니 말이다

              더 살아서 더 좋은 것 볼일도 없고 하루 하루가 그저 덤이려니

              그만 살아도 억울할 일 없다

              친구 석득이는 천년만년 살거라고

              영양제 먹고 운동하고 천방지축 날뛰지만 머리가 딸리니까

              허황된 욕심은 버리지 못하는게다

              한때 살아도 좋을 나이가 있었다

              건설 역군으로 중동의 오일 달러를 벌어들이고

              IT 역군으로 정보화산업에 첨병 역활도 하고

              그때는그래도 내가 세상에서 필요한 몸 이었다

              지금은 놀고먹고 소일하는 몸

              생산재가 아닌 소비재에 속하는 필요없는 물건 이다

              이제 그만 살아도 좋을 몸땡인데

              정신도 말짱하고 아픈데도 없다

              간혹 물건 찾느라 헤메는 일은 간간히 있긴한데

              그만 살아도 아쉬울것 하나 없다는 몸을

              아침마다 일으키며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오늘도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만 살아도 된다고 씨부리면서

              이건 또 무슨 개 풀뜯어먹는 소린지

              나도 당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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