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이 진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3. 24. 11:06

 




                꽃이 진다


                 

                바이올렛 꽃송이가 조금씩 고개를 햇살 방향으로 돌린다

                화분을 돌려 놓았더니 힘겹게 다시 햇살을 찾아

                고개를 트는 중이다

                봄이 괴물과 함께 찾아왔다

                꽃잎 떨어진다

                꽃 피기도 전에 꽃들이 진다

                봄기운은 완연한데 목련 얼굴이 어둡다

                누렁이만 멋도 모르고 꼬랑지를 흔들어 댄다

                대관령에 폭설이 왔단다

                심사가 틀린 삼신할멈이 심술이 도진게다

                애기 조막만한 다육이가 제 키보다 큰 꽃대 끝에

                화려한 꽃을 피웠다

                꽃대가 무려 다섯개, 대단한 내공 이다

                당분간은 눈도 비도 안 온다더니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벼락비가 퍼 붓는다

                밖에 널어논 조기 새끼들을 깜빡 잊고 푹 적셔 버렸다

                변덕스런 날씨처럼 미래는 알수가 없다

                오뉴월 피는 영산홍이 일찍 붉게 피었다

                거실 온기를 오뉴월로 착각한 모양이다

                아침부터 긴 줄을서서 겨우 마스크 2장을 사들고

                종종 걸음을 치는 사람들이 안스럽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우리에게는 아직도 도처에 무수히

                적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면마스크를 빨아서 사용한다

                한번쓰고 버리라는 마스크값이 너무 아까워서 다

                거실에는 꽃이 지천이다

                포인세티아, 바이올렛, 선인장, 다육이, 蘭이 꽃을 피웠다

                사람들 얼굴에는 꽃도 피기 전에

                꽃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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