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다
바이올렛 꽃송이가 조금씩 고개를 햇살 방향으로 돌린다
화분을 돌려 놓았더니 힘겹게 다시 햇살을 찾아
고개를 트는 중이다
봄이 괴물과 함께 찾아왔다
꽃잎 떨어진다
꽃 피기도 전에 꽃들이 진다
봄기운은 완연한데 목련 얼굴이 어둡다
누렁이만 멋도 모르고 꼬랑지를 흔들어 댄다
대관령에 폭설이 왔단다
심사가 틀린 삼신할멈이 심술이 도진게다
애기 조막만한 다육이가 제 키보다 큰 꽃대 끝에
화려한 꽃을 피웠다
꽃대가 무려 다섯개, 대단한 내공 이다
당분간은 눈도 비도 안 온다더니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벼락비가 퍼 붓는다
밖에 널어논 조기 새끼들을 깜빡 잊고 푹 적셔 버렸다
변덕스런 날씨처럼 미래는 알수가 없다
오뉴월 피는 영산홍이 일찍 붉게 피었다
거실 온기를 오뉴월로 착각한 모양이다
아침부터 긴 줄을서서 겨우 마스크 2장을 사들고
종종 걸음을 치는 사람들이 안스럽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우리에게는 아직도 도처에 무수히
적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면마스크를 빨아서 사용한다
한번쓰고 버리라는 마스크값이 너무 아까워서 다
거실에는 꽃이 지천이다
포인세티아, 바이올렛, 선인장, 다육이, 蘭이 꽃을 피웠다
사람들 얼굴에는 꽃도 피기 전에
꽃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