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이롱 시인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0. 21. 20:33

나이롱 시인

모름지기 시인은 글 짓는 사람인데
일 년 내내 전국 문학 행사나
쫒아다니며 유명 시인들과 얼굴 트는 게 주된 일이고
어쩌다가 원고 청탁이나 들어오면 이리저리 꿰어 맞춰 작품이라고 내고 원고료나 받아 챙기는 작자들이 시인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건 비즈니스를 하는 영업 사원이지 무슨 시인이냐
일 년 내내 각종 행사나 기웃거리다 보니
언제 詩 지을 시간이 나겠는가
이러고도 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버젓이 달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무늬만 시인인 글쟁이가 부지기 수다
이러니 문학계가 흙탕물 일 수밖에 없다
비단 문학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이 권력과 쩐으로 줄 서는 세상이니 말해 뭣하랴
모름지기 시를 쓰지 않는 글쟁이는 시인이 아니다
시모임에 나가서 남의 시나 낭송하고
어찌어찌해서 문학지로 등단해 놓고 시인 입네 여기저기 문학단체에 가입하고
얼굴만 내밀고 다니는 작자가 무슨 시인 일꼬
하루라도 시를 짓지 않고는 잠들지 못하는 사람
삶이 시편 이어야 진정한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는가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모임에나 기웃거리며 유명 시인 치닥꺼리나 하며 줄 서는 것들이 중견작가 이름표는 달고 다닌다
세상을 시향으로 바라봐야 시가 나오는 법
그것도 모르고 천방지축 싸돌아 다니는 무늬만 시인인 시인이 너무 많다
진짜 시인은 오늘도 아프고 서럽고 잔인한 세상 속을 살아가느라 힘들다
하루하루를 시어로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다

가장 쉬운 詩를 써라
못된 언어만 복사해서 저만 알아먹는 글을 쓰는 게 좋은 시인 줄 아는
겉 멋들은 것들이 시인이라고 나대고 돌아다닌다
진짜 시인은 나타내지 않고
매일매일 밥 짓듯 글 짓는 사람이다

코로나가 창궐하자 비로서 이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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