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흔들리네요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8. 23. 09:08


 

흔들리네요

 


칠흑 같은 밤
창밖 가로등도 꺼지고
음악만 흐릅니다
침대 머리맡에 시집 한 권 뉘어놓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내가 누워있는 곳이 세상인지
천정위 세계전도가 세상인지 분간이 안 갑니다

오늘도 온통 흔들리며 살았습니다
옥수수를 찌고
청앙고추 다듬고
애호박을 씻고
알배추를 고르고
햇감자를 찌고
시든 무를 썰었어요
그리고 청국장을 끓였어요

열무김치와 부추김치를 작은 그릇에 담아 꽁꽁 쌌어요
청국장도 덜어 담았지요
그리고 책 세 권과 두꺼운 담요를 챙겨 가방에 넣었어요
마스크를 챙기고 선그라스를 쓰고 차 타러 갑니다
어디로 가시려는지

검은 밤
휘적거리며 돌아옵니다
불 꺼진 방으로 들어갑니다
오늘도 많이 흔들리며 살았습니다
더 굳은 심지를 박아야 겠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흔들리는 날에는
몸에 불도 다 꺼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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