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상상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8. 24. 23:40

 

 


상  상

 


나랑
산을 오르고
바다를 앞에 놓고 소리 지르고
해변을 걷고
들길을 걷고
밥을 먹고
함께 자고
아침해를 맞이하고
망망대해를 헤매고
별을 헤며 등대를 찾고
무인도에 도착하면
어떨까ᆢ

너랑
길 없는 곳에서
폭설에 묻혀 한겨울을 보내고
가을이 올 때까지 같이 있으면
어떨까
봉놋방이라도 좋고
소 외양간이라도 좋다
여물 끓이는 냄새도 구수하고
귀뚜라미 우는 밤
동구 밖에서 누렁이 짖는 소리도
시끄럽지 않고 좋다

나는 오늘도 너에게로 간다
전철 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배 타고 너에게로 간다
같이 살자고 하고 싶어 간다
평생 못한 말 하러 간다
못 닿을 곳이라서 평생 걸리더라도 간다
오늘 밤은 우리 함께 잠들자
별도 달도 잠든 자리에서
꼭 껴안고 자자

다음 生에는
일찍 만나서
뭐든지 하고픈대로 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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