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떤 유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3. 21. 08:20



아들아
부모를 잘 못 만나서 고생을 시키는구나
금수저도 못 만들어 주고
좋은 가풍도 없었고
싸우는 꼴만 보여주며
너를 키웠구나

대리 만족이라고나 할까
8학군에 데려다 고생만 시켜놓고
결과는 참패 였지만
그래도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착하면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람은 선하게 살아야한다

재물과 명예와 권세도 십일홍 이란다
남을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인생이 진정한 거란다
돈이야 없으면 어떠니
좀 덜 쓰고 살면 되지
그래도 부모가 돼서 풍족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 이다

아들아 미안하다
부모가 가난해서
물려줄 재산도 없고
물려줄 지식도 없으니
빽도 없고 재물도 없구나
늙고 병들어 짐만 되게 생겼으니 걱정이 태산 같다

부디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 와야 하는데
결혼도 못하는 나라
아이도 못 낳는 세상에서
사기꾼에 조폭 같은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으니
앞 날이 답답하고 암울하구나

아들아 다음 세상에는
공부도 필요없고
재물도 필요없고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에 태어 나거라
작금의 세상은 돈과 권세만 판치는 더러운 연옥같은 곳이니
몸 간수 잘하고 조심해서 살아야 한다

아들아
부모로써 낳아준 거 말고 해 준게 없어 정말 미안했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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