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봄은 갔습니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3. 22. 19:51



내게 이미 봄은 갔어도
봄길은 여직 남아 있다
그대가 봄처럼 살아나기 때문이다

올 봄에도 창밖은 온통
목련이며 개나리며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생강나무 꽃 향기가 취하듯 향그럽다

안도현 시인의 '순서'라는 시에는
꽃들은 한 번도 꽃 피는 순서를 어긴 적 없다고 썼는데
안 그렇다
요즘은 서로 순서도 안 지키고 마구마구 피어 댄다

그대 떠난지는 오래 됐지만
산수유 마을은 아직도 盛花중이다
이포나루 가는 길에는
이 등성이 저등성이 흐드러지게 진달래가 필 것이다
봄길 가는 그대 뒷 모습도 새초롬히 보일 것이다

왁짜한 봄의 소리가 싫다
바람도 없는 천도화 꽃 그늘에서 도시락 까 먹던 시절이  화양연화 였다
이미 오래전 나의 봄은 그렇게 갔다
기억속에 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꽃바람 타고 오는 것은
여기저기 訃音 소식만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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