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또 붉은 동백을 보고 말았네
오지 말라던 부탁을 잊고
또다시 찾아갔네
동백은 여전히 붉고 뜨거웠네
나만 깡통처럼 쪼그라들어 비참했네
동백은 농염해서 눈이 부시고
나는 그저 초라했네
다시 한번 살아지면
금오산 산등성이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먼 사랑에 빠져 보았으면 좋겠네
나에게는 아직도 흥분되는 심장이 살아있어
브람스와 바흐,
쇼팽과 모차르트의 음률이 남아있네
쇠잔한 나의 영혼과
그리고 나의 자존에도 동백은 아직 살아있고
꽃이 질 때까지 여전히 내가 살고 있음을 알려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