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PY(복사) 그리고 도둑질같은 죽음
스피드 마크를 남기고 간 사내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미안한 말씀이지만 지금쯤 가드레일을 박차고 날아가
제 연장처럼 강바닥 개펄에 꽂혀 있을꺼야
털 난 꼬막이 참 꼬막 이라고? 천만에 말씀
손톱만 해도 벌교 꼬막이 맛은 최고지
황홀한 죽음이라고 해야하나 천형이라고 해야하나
틈만나면 조개를 탐하더니만 결국 개뻘에 묻히고 만거야
하지만 복상사는 아니니 쪽 팔릴 일은 아니지
그 모든 것도 제 능력 이니까
정말 삶이 덧없이 지나가버리는 걸까
안개라는 소리로 죽으라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마귀와 교미를 하고도 정녕 살아 남을줄 알았을까
몇백년을 같이 살아야 그 마음도 닮아가는 걸까
이참에 정이 뚝 하고 떨어졌다
비애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마음도 고장났다
이쯤에서 서로 헤어질 수밖에 없다.
피의 언약 붉은 인연이여
틈은 강둑을 무너뜨리고 집요하게 시간을 밀어내고
질긴 인연은 스피드 마크만 남기고
사내는 가고 여자는 울고
뻘밭을 기는 저녁나절 해는 기울고
역시 황홀한 죽음이야
온전히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가만히 비리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수 있는 그런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