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간 부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2. 14. 00:28



              인간 부재


               

              혼자 트럼프 카드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가

              해 기우는 벽에 빗살무늬처럼 기대어 섰다가

              와인 한잔을 들고 주방에 들어가

              요리사의 칼질 소리를 듣다가

              미용사에게 머리를 손질받고

              문밖으로 나가 측백나무를 다듬는 정원사를 나무라고 들어와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과 뇌영양제를 먹는다

              식탁의 요리는 화려한데 손이 제대로 안 간다

              클로나제팜 4알과 와인 반병을 먹고 이층 복도에서

              무참히 쓸어져 119에 실려가 응급처치를 받았다

              술과 담배를 끊으라는 주치의 엄중한 경고를 받는다

              강변이 보이는 동부이촌동 대 저택에는 집사와 정원사와

              요리사와 개 네마리가 같이 산다

              가족과 친지도 없이 혈혈단신 북에서 남하한 실향민 몸뚱이 하나

              북에 두고온 가족들 생각하며 오십년을 홀로 살았다

              이제 상속자를 정하던지 국가에 헌납하던지 정리해야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그는 동물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 이유는 돈 자랑하고 불쾌한 늙은 그 여자를 모든 사람들이

              시기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말없이 따르는 동물을 인간보다 낫다고 선택한 이유다

              주정뱅이와 매독 환자를 미화 하기는 쉽지만

              그 같은 입지전적인 인간들은 세상 사람들이 시기하고 헐뜯고

              싫어한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악녀 또는 마녀 취급을 한다

              지구본을 돌려 눈 감은채 짚은 곳 "안달루시아"

              훈제 연어살 "타르틴"을 간식으로 챙겨넣고 공항으로 간다

              그날 스페인으로 발진한 여객기는 활주로 이륙후 삼분만에

              하늘에서 추락했다

              그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은 하나도 없었기에 고요한 죽음이다

              그가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국고로 1200억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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