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저물녘 정왕역에서 내려
두루치기에 밥 말아먹고
상록수역을 지나 대야미쯤 왔는데
전철밖은 어둠이 초록버스 꽁무니에 빨간눈을 달아붙이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네
풍경은 담배불처럼 서성이는 아저씨의 손가락 밑으로 숨어들고
이 저녁도 열대야의 몽니처럼 지긋한데
책한권 들고 사람피해 숨어든
4호선 오이도행 열차는 숨차게도 오늘을 달렸다네
저물어도 저물리없는 뜨거운 바람이 노인의 가랭이로 파고들면
오늘 지긋한 정왕역 근처에서 제주 흑돼지 두루치기가
메식꺼운 열식을 달래주네
나는 발꿈치를 들고 조용히 계단을 오르며
2번 출구에서
오이와 건멸치가 든 비닐봉지를 놓고 내렸음에
한숨이 터지고 안타까워하네
오늘밤은 끝내 더 덥고 말겠네
ㆍ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