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 냄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2. 31. 01:31

 

 

 

겨울 냄새

 


저녁 무렵
아파트 화단 주위로 새들이 낮게 날았다
연일 영하 12도의 강추위에 모든 것들이 얼어붙는데
새들에게도 잠시 쉬어갈 바람이 필요했을 거다
주로 참새떼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새 일지도 모른다
직박구리나 박새가 호숫가에서 사람 사는 동네로 내려왔을지도
하지만 그들은 떼로 몰려다니지는 않는다

영리한 까치도 추워지자 감나무 가지에서 자취를 감췄다
어디선가 동면을 취하고 있을게다
산비둘기 소리도 며칠째 들리지 않는다
새들도 쉬어가야 할 시간이 왔나 보다

새들이 쉬는 시간에도
인간들은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일을 해야 먹고사는 세상이 사람세상이니까
저녁 추위가 몰려오자 사람들은 눈만 내놓고 종종걸음을 친다
먹고살려면 사람들은 매일매일 쉴틈도 없다

태초에 원시인들도 곰처럼 동면을 했다고 한다
겨울에는 수렵을 할 수도 없고
먹을 것이 없어지니까
봄이 올 때까지 동굴 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거다
최대한 에너지를 축내지 않으려면 그 수밖에 없었겠지
지금도 동면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밖에 나서니 싸늘하고 매캐한 겨울 냄새가 좋다
어느 겨울이 문뜩 생각나게 하는
찬 냄새가 좋다
사랑했던 냄새ᆢ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국의 아이들  (0) 2021.01.05
유일한 사람  (0) 2021.01.03
기억 속으로  (0) 2020.12.29
不 滅  (0) 2020.12.26
천국의 계단  (0)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