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책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 20. 08:43

 

 

 

산 책

 


내가 사유하는 까닭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그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생각이 없다면 돌이 되듯이

바람이 오는 방향으로 걷는다
빗줄기를 타고 오르는 곳은
무저갱의 우물
어디에도 나의 우주는 없다
깊은 우울만 드리운
고독한 오후의 산책

천변을 걸으며
잔설(殘雪) 속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본다
진실이 아니라 헛것 이리라
내 우주에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벽에 걸린 그림과 달력을 모두 떼어냈다
그 자리에 아이처럼 낙서를 했다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꼭 잡았다
아, 따듯해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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