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有心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7. 1. 13:13

 

 

 

유심

 


무심한 것 들을 유심히 보는 일
천변에 버려진 일회용 컵이나
도로에 굴러 다니는 먹고 버린 페트병 하나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래서 미화원이 할 일이 생긴다는 말이고
우리나라 법이 물러 터진 이유는 지속적인 범죄가 필요해서 란다
그래야 경찰이 필요하고 치안 유지도 필요해서 일자리가 유지된다는

얼토당토 한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다

종신형이 많으면 범죄자가 줄어들어 경찰이나 형사가

필요 없어진다는 황당한 말이라니
쓰레기를 아무 데나 안 버리면 청소부가 필요 없어 지니까
미화원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무심한 것을 유심히 보는 일이 늙어가며 깨우치는 일인데
내가 무심한 것을
유심히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보다

열심히 자전거 도로를 횡단하는 달팽이 한 녀석
건너려면 반나절은 걸릴 텐데
저러다 자전거 바퀴에 밟히고 말지
조심스럽게 집어 건너편 풀 잎에 얹어준다
무심한 일을 유심으로 한다

무심한 것이 유심히 보이기 시작하면서 노안이 온다

유심히 보지 말고 무심히 살라는 얘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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