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설국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2. 7. 07:28

 

 

 

설 국

 



치토세 공항은 한가로웠다
기장의 착륙 멘트가 이어지고 트랙을 치는 진동이 밀려왔다
전율은 온몸을 비틀었다

공황장애 약을 먹고 시간반을 버티며 날아온 겨울 한복판
오후 햇살이 창가를 넘어 길게 보도 위를 드리우고 있었다

홋카이도 레일을 타고 삿포로로 향했다
겨울 바다와 눈 덮인 마을들을 수없이 지나 설국으로 들어섰다

삼박 사일 동안 쉼 없이 눈이 내렸다
미친 듯이 쏘 다녔다
댕댕이 전차를 타고 언덕을 넘어 해협을 찾아갔다
함박눈이 아스라이 바다를 덮고 있었다

누구를 찾아 이곳에 왔는가
우체국 계단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우린 왜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없을까
무엇이 두려웠을까
사랑보다 두려운 것이 무엇이었을까
이념의 벽이 었을까
폭설이었을까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탔다
앞이 보이질 않는다
길이 사라졌다
길에서 모든 것이 멈췄다
결국 눈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그렇게 세상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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