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손 약지 손가락 첫 마디에 있는 상처는 30년이 훌쩍 지났다
신경을 다쳐 여직 감각이 되살아 나지를 못했다
늘 먹먹한 감각으로 상처가 그 날을 기억나게 한다
그 후로도 계속 그 손가락을 잘 다치곤 한다
마치 문신처럼 수난의 상처가 새겨져 있다
그 날들의 실수를 기억하지만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의 상처는 깊다
아프고 절절하다
애증의 세월이 상처로 남아 있다
그 위에 집을 짓고 산다
상처의 집이다
상처는 또 있다
어깨 위에
무릎 위에
인중 옆에
뒤통수에
발바닥에
살아온 날들 만큼 이곳 저곳 많다
상처 위의 몸이다
상처를 안고 사는 셈이다
저 흔들리는 미루나무도 상처가 있을까
저 노란 가로등도 상처가 있을까
그 사람도 상처가 있을까
나는 상처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