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여문
동인천에서 자유공원쪽으로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신포동ㆍ사동 내려가는 길
그 통로에 홍여문이 뚫여있다
만국공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인천항은
상륙작전의 본터 월미도도 보이고
모시조개 잡던 뻘터도 보이는데
지금은 세월속에 실루엣만 보이고
콘크리트 건물만 가득차 있다
맥아더 동상 주위를 돌며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다 늙어 꼬부라지고
아카시아 꽃 따먹던 시절이 황혼처럼 져가는데
홍여문 앞에 폼 잡고 시진박은 여인네 너는
신포동 누구누구집 고명딸 일건데
시장통 순대국밥집,우동집 '신신옥' 딸래미들도
동창이라데‥한동네 애들이라 던데
홍여문 앞에서 너는 웃고 있구나
지금보니 홍여문이 남대문보다 멋져보여
내 어린시절 가방 던져버리고 부리나케
공원길 오를때 왼편 옆구리처럼 구멍난 문
쓸쓸해 보이는걸 보니
옆구리 허전한걸 보니
세월의 구멍 이었구나
내 구멍 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