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신각이 보이는 요사체 지붕 처마끝에 붉은 꽃이 피었네요/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11. 9. 10:45

 



                산신각이 보이는 요사체 지붕 처마끝에 붉은 꽃이 피었네요

                 

                쌍지암 도깨비 밤새 놀다간 자리에 가 봤지요

                밤새 내린 비로 마당이 젖고 풀섶도 젖었네요

                그래도 도깨비들 발자국은 남았네요

                선묘스님 놀다간 자리도 남았어요

                슬픔을 받아적는 자리들 이라네요

                스님이던 행자던 길손이던 도깨비 터를

                지나가면서 인생을 보내는 거네요

                이 생이던 저 생이던 살던 터에 우리모두

                도깨비가 되는 거예요

                산신각이 보이는 요사체 지붕 처마끝에

                붉은 꽃이 피었어요

                일박이일 황새 노니듯

                가을 비따라 헤메고 다녔지요

                모든 슬픈 말들 다 적어들고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