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獄
내가 죽어서 지옥가면
김치 담그는 獄으로 가야할것 같다
혼자 반찬해 먹는걸 아는 사람들이
날 위해 김치를 여분으로 더 담아 늘
내 몫을 가져다 준다
묵은지찜을 좋아하는 것도 익히 알고있어
오래삭은 신김치도 종종 보시해 준다
그러니 이 신세를 어찌 다 갚겠는가
물건이 중요한게 아니라 배려하는
그 마음 씀씀이에 자주 감동한다
내겐 이게 다 다 빚이고 업보이다
口業도 갚을 일이 까마득한데
생물業도 山과 같으니 그 業을
지옥가서나 갚으려 한다
가여히 여겨 주지마라
갚을 빚만 점점 늘어 태산지경 이니
평생 받아먹은 김치덕에 김치獄에
가게 생겼다
철이맘, 세희맘, 미라양
그대들은 늘 보시하며 살았으니
극락왕생 하시라
철이맘이 김장하고 몸져 누웠다는데
김치가져 가라는 전갈을 해 왔다
나는 필시 김치獄 갈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