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치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11. 24. 16:44

 





                    김치獄

                     



                    내가 죽어서 지옥가면

                    김치 담그는 獄으로 가야할것 같다

                    혼자 반찬해 먹는걸 아는 사람들이

                    날 위해 김치를 여분으로 더 담아 늘

                    내 몫을 가져다 준다

                    묵은지찜을 좋아하는 것도 익히 알고있어

                    오래삭은 신김치도 종종 보시해 준다

                    그러니 이 신세를 어찌 다 갚겠는가

                    물건이 중요한게 아니라 배려하는

                    그 마음 씀씀이에 자주 감동한다

                    내겐 이게 다 다 빚이고 업보이다

                    口業도 갚을 일이 까마득한데

                    생물業도 山과 같으니 그 業을

                    지옥가서나 갚으려 한다

                    가여히 여겨 주지마라

                    갚을 빚만 점점 늘어 태산지경 이니

                    평생 받아먹은 김치덕에 김치獄에

                    가게 생겼다

                    철이맘, 세희맘, 미라양

                    그대들은 늘 보시하며 살았으니

                    극락왕생 하시라

                     

                    철이맘이 김장하고 몸져 누웠다는데

                    김치가져 가라는 전갈을 해 왔다

                    나는 필시 김치獄 갈께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짓말의 색깔들 '써드 퍼즌'  (0) 2017.11.26
滿冬  (0) 2017.11.25
이별  (0) 2017.11.23
내 님의 사랑은  (0) 2017.11.21
12월에 죽어야지  (0) 201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