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霧
먼 바다에서 몰려와 세상
덮어버리는 안개가 좋다
화려한 도시와 찬란한 문명은 다 쓰레기와 같다
우린 아름다운 세상을 더럽히고도 천연덕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북태평양의 쓰레기섬에 백로 한마리 앉았다
연해주 땅에서 도끼 들고온
死者가 안산에 입주했다
공단에는 연변사람들로 북적인다
불판에 양고치가 타고
칼싸움에 밀려 원주민들은 수리산을 넘어 도망갔다
연안에는 쌍끌이 중국어선이 유월 꽃게를 싹쓸이해 갔다
안개지던날 해경 하나가 갈코리에 찍혀 바다에 빠졌다
밀입국자들은 인천과 인근해로 상륙해 북진해서
곧 두만강을 접수할 기세다
한민족은 통일을 꿈꾸지만
이미 다민족 국가가된 마당에 단일민족은
물건너간지 오래다
해풍에 밀려온 해무는 서울역 근처에서 늘 정박하고 있다
회현역에서 마포로 넘어가는 서울로에는
화살나무가 꽃을 피웠다
조선은 소리없는 密者들로 이팝꽃처럼
나랏말이 사라졌다
통역기에서 암호문이 찍힌다
다음주 송강호 주연의 '나라말싸미'가 개봉된다
주말 4호선 전동차에 원주민이 안보인다
장봉도 앞바다에 해무가 짙다
연안부두 선착장에는 한무리의
도살자들이 하선중이다
안개가 걷히면 양고치 가게 뒷방에서 살생부가 정리되고
여럿 목이 차례대로 날아갈 판이다
안개가 뒤덮는 도시 변방
세렝게티 처럼 먹이사슬의 땅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