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파에 비스듬히 앉아 주방쪽을 지그시 바라보는 그녀는 '킴베신저'나 '다이안레인'이 아니다
의 '킴'은 농염했고 의 '다이안'은 섹시했다
환갑을 넘긴 노배우는 이제 할머니 역활이나 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던 그녀들의 세상은 이미 40년이 훌쩍 흘러가 버렸다
'Joon'이 잠옷 차림으로 주방에서 뱀장어 스튜의 간을 보고 있을때 '미츠키'는 속옷차림으로 쇼파에 앉아 버번잔을 들고 홀짝이고 있었다
아침부터 해장술이라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파트의 아침 식사는 늘 '준'의 차지였다
간단한 콘프레이크와 목장우유가 아닌 열가지의 반찬으로 푸짐하게 차려내는 능력은 가히 전문가의 만찬과 다를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미츠키'는 식탁으로와 스튜의 맛을 확인했다
고소하고 진한 야채와 육수의 어울림이 감동적이 었다
결코 비리지않은 바다향이 깊게 올라왔다
부추전과 갈비찜, 단호박 조림과 꽈리고추 볶음, 오이 소박이와 백김치, 꽁치구이와 연어샐러드,
모시 조개탕과 멍개젖
어울리지 않는 동서양의 조합이 '미츠키'의 아침 식탁에 올라와 있다
'준'은 계약직 가정부다
가사일을 맡은지 이제 6개월 째다
도쿄 대학에서 동서양 요리를 연구하는 박사과정의 대학원생이다
학비를 벌기위해 '미츠키'집에 가정부로 들어와 아침과 저녁을 주로 책임진다
'준'에게는 실전을 연습하는 요긴한 실습장인 셈이다
냉철한 평가는 '미츠키'의 몫이다
'미츠키'는 나고야대학 법학부 전임 교수다
곧 정계에 입문할 입지적인 인물이다
저녁 만찬후 철 지난 영화 '슈퍼맨'의 어머니 역으로 등장하는 '다이안'의 모습은 나이주름 때문에 탄력을 찾아볼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중후해 보였다
관능적이던 '킴'도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파트너 '미키루크'도 뚱땡이 할배가 됐으니까
'미츠키'는 교직 정년이 일년정도 밖에 안 남은 깊은 나이인데도 터질듯한 스키니진을 고집하며 입고 다닌다
지퍼를 올리려면 숨을 명치끝까지 들여 마셔야하는 수고스러움도 당연히 감내한다
백칠십육의 키와 군살없이 다져진 몸이 그녀의 노년을 무시해 버릴 정도로 탄탄하다
'준'은 그런 '미츠키'를 존경한다
'준'은 학부를 마친후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미츠키'는 '킴'과 동년배이고
'준'은 '다이안'과 갑장이다
'미츠키'는 '준'과 잠자리를 같이하고 싶어했다'
'준'은 그녀를 존경할뿐 옷을 벗고 싶지는 않았다
이들은 같은별 다른 땅에서 함께 늙어가고 있다
의 '앤 마가렛' 나이는 금년 80세가 됐다
같이 놀던 '엘비스'만 일찌감치 먼길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