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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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1. 7. 12:11
미역국
옛날 어른들은 생일을 더러는"귀 빠진 날"이라고도 했다
양지머리살 듬뿍 넣어 끓여주신 어머니의 미역국은 이날의 대표 메뉴다
곁들여 계란말이에 잡채도 해주시고
모처럼 성찬을 받는 날이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같이 맛있게 미역국을 먹어주는 조반이 생일 축하 행사였다
파리바게트 케잌에 촛불 밝히고
BBQ 치킨 프라이 놓고 축하송 부르는 지금의 생일 의식과는 제법 차이가 난다
우리 세대는 무조건 미역국을 먹어야 생일을 지낸 것으로 간주했지만 지금 사람들은
미역국 따위는 하찮은 음식으로 생각한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혀를 서너 차례쯤은 차셨을 일이다
생일에 미역국도 못 얻어먹는 초라한 인생은 생각조차 못 하셨을 거니까
다 접어두고
생일에는 그저 미역국 한 그릇이면 족한데 그거 한 그릇 얻어먹기가 쉽지가 않다
생일이라고 고르곤졸라 피자에 안심 소고기라도 썰며 와인 마시는 생일이면 럭셔리하니
그럴 듯 하다겠지만
왠지 뭔가 섭섭하고 서운해지는 이유는 뭘까
그 미역국 한 대접이 뭔지 ᆢ
그걸 못 얻어먹으니 허전한 게다
이래서 맨날 꼰대라는 소리 듣는다지만 그래도 나는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미역국이 그리운 거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는 어머니 레시피를 기억하며 내가 손수 끓여 먹기로 작정했다
꼭 받아먹어야 맛인가
까짓것 내가 끓여 먹으면 되는 거지
이 나이에 생일이 뭔 대수라고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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