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구~구~
먼 산기슭
산 비둘기 우는 아침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사월의 마지막 날
오월 오는 소리가 들린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지난밤이 가고
오월의 장미가 결국 봉우리를 터트렸다
뜨거운 계절이다
서빙고 담 길을 걸으며 보슬비를 맞았다
남산 타워 밑 산동네를 휘어 넘어 회현으로 길을 잡았다
집 나간 장미를 잡으러 가는 길이다
남대문 시장을 지나 명동으로 간다
장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꽃 집에서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사들고 소공동 지하를 건넌다
멀리 인왕 산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오월이 불 같은 가시를 품고 다가온다
장미가 광화문 광장 뜰에서 시청 쪽으로 손을 흔들고 서 있다
그리고 곧 서편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구구구구~
먼 산비둘기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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