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위에 건반을 늘어놓고 간다
흰 줄 검은 줄 밟으면 세상이 노래한다
봄의 월츠
가을 소나타
설국 칸타타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 복판에서 줄타기를 하는 세월이 오선지가 되고
바람이 선율이 되어 피아노를 친다
바이올린도 따라 운다
코끼리의 발바닥에 새긴 악보가 초원을 걷는다
벙어리 바이올린이 얼룩말의 건반이 되고
세상은 세월 속에 살고
세월은 바람을 연주한다
돌아가지 못하는 길이
바람의 연주를 듣고 있다
바람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세월이 세상을 다독이며 가던 길을 가라 한다
그렇게 합주를 한다
현충일 아침
멀리 현충탑에서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