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던 날
삼각지행 열차를 탔다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출구 쪽으로 향해 가는데
엘베 문이 닫히려고 한다
뛰어가 타려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젖은 우산들 때문에 얼리베이터 바닥에 빗물이 흥건했다
다행히 부축해 주는 주위 분들 덕에 일어났지만 창피했다
무릎과 발목이 너무 아팠다
출구를 나와 구석으로 가 무릎을 보니 깨져서 피가 난다
천천히 가도 될걸
욕심을 부리다 화를 부르고 만 거다
화랑에 주문해 둔 작품 액자를 찾으며
화방 사장님의 배려로 후시딘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다
지인 부탁으로
동네 갤러리에 개인전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전시 이것도 괜한 욕심이었나 보다
무르팍이 아프다
마음도 언짢다
뭘 하자고 이렇게 늙도록 욕심을 부릴까
다 놓고 싶다
다 하지 말자
그냥 선선한 바람이나 쏘이며 살자
낼모레 문인들 모임으로 2박 3일 남도 여행 가는데
샤워할 게 걱정이다
무릎 통증도 심해질까도 걱정이다
老慾이 피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