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뜬 사람처럼 취해보기도 하고
홀터넥 블라우스나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긋나긋 분수대를 지나는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간호사 이름 지나의 본명은 김말숙이다
태어난 고향은 여수
한참 먹고살기 어려운 때 독일로 갔다
타향살이를 시작한 그때가 21살이었다
사람들은 그때 그를 파독 간호사라 불렀다
외롭고 힘든 날들 이었지만 고향에 두고 온 부모형제들을 부양하는 착한 언니였다
그리고 지나는 돌아왔다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경이롭다
다른 간호사들은 독일에 정착했지만 지나는 고향 여수로 돌아왔다
출렁이는 바다와 희고
긴 꼬리를 달고 돌아오는 고깃배가 늘 보고 싶었다
오동도 동백꽃도 보고 싶었다
녹음 짙은 여름이 오면 미역 감던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파독하며 헤어졌던 옛 남자도 보고 싶었다
남해의 석양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말숙의 나이가 벌써 구순이 다 되었다
파노라마처럼 生이 다 흘러가버렸다
흘러간 모든 것은 다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