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끝
포르티망에 갈 거야
리스본에서 기차를 타고
호카곶에 갈 거야
막연한 생각으로
세상의 끝을 가보고 싶어
바람의 능선을 탄다
세상의 끝은 없었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길
바다, 하늘, 바람, 땅ᆢ
그리고 사람의 흔적
코끼리의 잔해
저 먼 은하계에는 끝이 있을까
사람의 힘으로 갈 수없는 시공
은하철도 999는 갈 수 있을 텐데
메텔에게 부탁 좀 해볼까
세상의 끝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불속에서 상상한다
망망대해, 하늘 끝, 무저갱 벼랑 앞을 지나
120층 첨탑 끝에 닿아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끝이 보일 것도 같다
세상의 끝에 다다르기 전에
그라나다를 거쳐
리스본으로 갈 거다
이베리코 목살도 먹고 에그타르트도 먹고 싶다
열차를 타면 호카곶에도 당도하겠지
바람의 언덕에서
'카몽이스'의 詩句처럼
나의 詩를 새겨 놓고 와야지
"세상의 끝은 없었다고"
그렇게 말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