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에
시편 하나 품는다
바람에 낙엽들이 우수수 몰려가고
파문이 물그림을 그리면
까투리 한 마리가 날아올라 고요한 숲의 잠을 깬다
사람의 마음에는
수만 권의 시집이 들어있어
기나긴 生을 읽어 낸다
비가 오고
바람 불어 바람피기 좋은 날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이
도화지 속의 그림처럼
詩가 되어 살아간다
初雪이 내렸다
온통 흰 세상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가슴에 詩를 쓴다
그리고 눈 내린 저수지 뚝방길을 걷는다
연잎대가 사죄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람이 차다
나는 이렇게 세월을 천천히
건너가고 있다
가슴에 詩 한편 심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