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무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 2. 11:46



남자도 습진에 걸린다
남자 혼족이 늘고 있다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반찬 하다 보면
물과 씨름하는 시간이 많게 마련이다

이십 년 쯤 살림하면서
세제보다 천연 세척제를 쓰다 보니 고무장갑을 끼지 않아도 그 흔한 습진은 모르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지 검지 손가락 사이에 붉은 물집이 잡혔다
습진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처방으로 약을 먹고 연고를 발랐다

발병 후 2주 정도 열심히
치료했더니 점차 발진이 수 그러 들었다
아직도 붉은 흉터가 아스라이 남아 있다

사내도 습진이 걸리는 시대다
세제를 덜 쓰고
물을 쓰면 꼭 손을 잘 말려야 한다
물은 없어서는 안 될
생명 같은 존재이므로
잘 친하면 된다

상처가 꽃잎 같다
운명이니 훈장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니 슬퍼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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