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진 자리가 슬퍼
그 길을 걷지 않기로 했다
해마다 피고 지는 그 자리가
똑같이 아프고 저리다
왜 철마다 당하고 사는지 알 수가 없다
꽃 냉이가 쇠하고
꽃 무릇이 알이차서 성하고
달래가 풀나무가 되었다
나도 어느새 쇠하여 고목이 되었다
강물은 벌써 바다로 떠나 버렸다
한 철 아름다웠던 것들이 떠나고 가지마다 녹음이다
가죽 나물을 뜯어다 초고추장에 밥을 비볐다
몸속이 향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꽃 진 자리가 충만해졌다
너에게 가는 길은 늘 멀다
강물 위에 떠나는 낙화처럼 외롭다
그래서 한 생이 흘러간다는 것이 숙명이라 믿었다
길은 운명과도 닮아서
그 자리마다 할미꽃이 피어난다
그렇게 꽃들이 다 져 가버리고 나면
나만 덩그러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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