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걸려있던 것들
'사구실'고개 산 모퉁이 돌다
입벙긋 벌린 무화과를 봅니다
손에 닿는 열매 하나를 비틀자
꿀물같은 과즙이 손바닥으로 흘러듭니다
누가 볼세라 황급히 길을 재촉하는데
누렁이 한마리가 짖어대며 초를 칩니다
내고향 '이곡리' 학암포 가는 길은 한여름에
목백일홍이 가로수가 되어 흐드러지게 피지요
염전자리에는 집들이 들어찼는데
소금 창고는 아직도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네요
언덕위로 반세기 훌쩍넘은 세월
내가 태어난 집이 멀리 눈에 들어 옵니다
그 아래로 작은 할머니댁, 당숙모네, 송아네
유년의 집들이 다 살아 있네요
뒷켠 대숲과 하늘닿은 진달래 언덕과
고사리 숲이 아직도 이어져 있구요
동구밖 폐교를 지나 학암포쪽으로 난 길을
내쳐 달려 갑니다
거긴 동해 바다처럼 탁트인 너른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 오거든요
거기다 얼기설기 얼켜있는 실타레랑
오만가지 걸려있는 것들 몽땅 다 풀어놓고
올 요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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