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일은 없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6. 18. 00:37

 



                내일은 없다


                 

                햇살이 부서지는 오후

                자전거와 찻잔과 거북이와 팔찌와 반지들이

                산들바람과 만났다

                안경이 타워 크레인에게 말을 건넨다

                너는 휴일도 없니?

                아니ᆢ 오후 5시면 일 끝나

                흉물스런 아파트 건축물들이 물괴처럼

                관악산을 가렸다

                까치들이 분수대쪽으로 우수수 날아갔다

                오디가 무르익어 떨어지는 여름, 몬스터 클럽에서

                스윙 연습을 하고 자전거로 한강까지 달렸다

                날파리가 달려들었고 탄천 물들이 쿰쿰한 냄새를 풍겼다

                반지와 팔찌는 주인의 선택을 애타게 기다린다

                더러운 오후는 필립의 세상과도 닮았다

                하얀 진달래와 콜롬비아 커피콩이 동침을 했고

                에스프레소는 자진했다

                고마워요 블루커피ᆢ

                머그잔이 식자 해가 떨어졌다

                굽은 허리처럼 작별하는 오후

                栗이의 배꼽 인사를 빼 닮았다

                내일은 없다

                우리가 만나는 찻집에서

                다시 만나질지 모르는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그들은 어디론가 다시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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