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멀고 먼 섬 14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9. 18. 19:34

 



              멀고 먼 섬 14


               

              나 '정시완'은 이천 십구년 구월 삼일 공삼시 이십구분에

              지병인 동맥경화로 자택에서 수면중에 숨을 거뒀다

              그래서 아내의 숨겨진 애인도 봤고 애인의 또 다른 애인도

              높은 곳에서 바라볼수 있었다

              나의 분골은 태안반도 서해 앞바다에 뿌려지길 원했으나

              이름없는 충주호 산자락에 바람으로 스러졌다

              비밀의 문이 열려 세상을 내려다보는 일을 시작했다

              보기 싫은것도 다 보이기 때문에 세상 더러운 것은

              다 봐야하는 일이 고달프다

              물론 아름다운 것들도 본다

              아내와 자식들과 형제들과 친구들의 今世를 보자니

              안타까울 때가 많다

              딴 살림을 해온 아내와 딴 애인을 둔 애인이 요지경속에서

              사는 모습도 신기하고 흥미롭다

              영혼의 세상은 지루하고 무료하다

              영혼의 세상은 오로라가 흐르는 저편 차거운 시공 쯤이다

              어제는 염라에게 끌려가 호되게 욕먹고 17년형을 받았다

              요단강 수문지기로 17년을 복무해야 한다

              밥은 안먹어도 되고 말도 안해서 좋고 잘 곳없어도 되니

              만사 걱정은 없다

              휴무날 세상 내려다보고 그 세상

              주말 드라마 보는게 낙이다

              죽어보니 세상 편하다

              의식주가 필요없고 욕정마져 없으니 무료하고

              심심할수 밖에 없다

              죽어보니 알겠다

              세상 살이가 그래도 좋았다는 것을ᆢ

              내가 도착한 곳은 외계 세상이다

              저승가는 길은 요단강을 꼭 건넌다고 했는데 그런 강을

              건넌 적이 없다

              여기는 그냥 이승과 꼭 닮은 또다른 세상이다

              다만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는 영혼임에 틀림없다

              저승을 가다가 멈춘 중간계 어디쯤에 있는것 같다

              길을 가다보면 나와 비슷한 영혼들을 가끔 본다

              우리는그냥 본척 만척 스쳐 지나간다

              자기만의 영역이 주어져 있어서

              다른 영혼의 영역에는 관여하지도 참여하지도 않는것이

              우리들의 불문율 이다

              좋은점은 언제든 시공을 마음대로 자유 자제로 옮겨 다닌다

              지구별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갈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다음주 18일에는 '몽블랑'에서 '아츠코'를 만나기로 했다

              만나서 우린 또다른 세상으로의 8박9일 여행 일정을

              잡을 것이다

              당신의 먼 섬은 아주 멀고도 가까운 섬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렇게 수연과 나 연수는 서로를 늘 지켜볼 것이다

              왠일인지ᆢ'몽블랑' 전망대에서 우리가 만나 나란히 찍은

              사진속에는 흩날리는 눈발과 차디찬 알프스 산 풍경만

              공허하게 남겨져 있었다...

               

              사랑은갔습니다

              저언덕넘어노을속으로가버렸습니다

              아침이오면슬픈새의소리뿐

              내가사랑했던모든것들은

              떠나버렸습니다

              사랑은사랑으로잊혀지고

              사랑은사랑으로이별합니다

              내가사랑했던모든인연들을

              강물에흘려보냅니다

              내가당신을잊고있는동안당신은나를위해기도하였고당신이

              나를잊고있는동안나는당신닮은꽃을심었습니다

              바람부는날엔어쩔수없습니다

              꽃이지는것은어쩔수없지요

              사랑이지는것도어쩔수없네요

              그렇게사랑은갔습니다

              그래서빈털털이가됐습니다

              그래서한결가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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