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맹 여사는 혼자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18. 06:28

맹 여사는 혼자다

아이들이 크면
휴일에도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각자의 스케줄대로 볼일 보러 다 나갑니다
평일은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제방으로 숨어들고
각개전투하는 것처럼 제각기
제 할 일에만 열중합니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품 안에 있을 때만 자식이고
다 커서 장성하니 다 제 갈길로 가버립니다
저 혼자 큰 거처럼 말이죠
이제 난 할 일이 없습니다
다들 아침도 안 먹고 나가고
저녁은 먹고 들어오고
반찬 할 일도 없네요
상해서 다 버릴 반찬 하면 뭘 해요
혼자 먹자고 장 봐 올 일도 없고
나도 나가서 동네 백반집에서 끼니를 때우곤 합니다
자식 농사가 제일 힘들다고 했는데 뼈 빠지게 지어봐야 소득도 없네요
남편은 바람나서 집 나간 지 20년도 더 지났습니다
사는 게 뭐 이래요ᆢ
이래도 되는 겁니까

바람이라도 피울까 했더니 인바디 체크 결과 몸상태가 70대로 나오네요
날 샜네요ᆢ
어느새 세월이 막차 종점에 와 있는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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