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플라스틱 연인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2. 27. 10:37

 

 

 


플라스틱 연인

 


일생을 다 줄만큼 소중한 사랑은 없다
참을 만큼의 감정과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사랑만 한다
그 이상과 이하는 없다

목숨을 걸만한 사랑은 없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힘들면 물러서는 사랑이다
이해타산에 맞는 사랑법이다
님을 위해 목숨을 거는
순애보는 전근대적인 사랑법이다
21세기 고난의 세상에는 이재에 맞는 사랑을 한다
희생과 배려보다는 손해 보지 않는 사랑
가능한 만큼만 양보하며 타협하는 편리한 사랑

불쑥 떠오르지 마라
문뜩 떠오르지 마라
우린 즐길 만큼만 사랑한 플라스틱 연인이었다
사랑은 수없이 오고 가는 계절 같은 것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은 없다
한 끼 혼밥 도시락처럼 달고 짭짤한
그런 사랑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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