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리 내리던 밤 긴 장마 끝 밤 소래 포구의 밤 찔레꽃 넝쿨진 밤 한계령 폭설에 갇힌 밤 청풍명월 벚꽃 날리던 밤 대공원 낙엽진 벤치의 밤 만취에 쓸어진 남한강변 밤 보름도 빗속에 떠내려가던 밤 창경원 밤꽃 흐드러지던 밤 문경새재 달 밝던 밤 매봉 오르며 진달래 꺾던 밤 울며넘던 박달재 막걸리에 취한 밤 마케도니아를 정복하러 애기봉 가던 밤 허수아비 옷자락 펄럭이던 동검도의 밤
울다웃다 하던 7년의 밤 먼 이국의 땅에서 손 잡고 걷던 무명의 밤 고성에서 떨어지던 별을 줍던 밤 반딧불이가 환상이던 밤 별무리 쏟아지던 고원의 밤 독수리 공원도 박쥐 공원도 원숭이 공원도 밤이었네
물 항아리 계곡에 천상을 못 올라간 선녀가 살았는데 그 집 술맛은 몽유도원 이었네 불쑥 떠오르는 7년의 밤은 억울하지 않았네 바람처럼 흘러가버린 세월 더 사랑하지 못해서 더 웃지 못해서 더 울지 못해서 아쉬운 밤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