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7년의 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6. 20. 00:54

 

 



7년의 밤

 

 

사랑하며 살았네
밤은 길지 않고 짧았네
세상의 밤길이란 길은 다 다녔네

무서리 내리던 밤
긴 장마 끝 밤
소래 포구의 밤
찔레꽃 넝쿨진 밤
한계령 폭설에 갇힌 밤
청풍명월 벚꽃 날리던 밤
대공원 낙엽진 벤치의 밤
만취에 쓸어진 남한강변 밤
보름도 빗속에 떠내려가던 밤
창경원 밤꽃 흐드러지던 밤
문경새재 달 밝던 밤
매봉 오르며 진달래 꺾던 밤
울며넘던 박달재 막걸리에 취한 밤
마케도니아를 정복하러 애기봉 가던 밤
허수아비 옷자락 펄럭이던 동검도의 밤

울다웃다 하던 7년의 밤
먼 이국의 땅에서 손 잡고 걷던
무명의 밤
고성에서 떨어지던 별을 줍던 밤
반딧불이가 환상이던 밤
별무리 쏟아지던 고원의 밤
독수리 공원도
박쥐 공원도
원숭이 공원도 밤이었네

물 항아리 계곡에 천상을 못 올라간 선녀가 살았는데
그 집 술맛은 몽유도원 이었네
불쑥 떠오르는 7년의 밤은 억울하지 않았네
바람처럼 흘러가버린 세월
더 사랑하지 못해서
더 웃지 못해서
더 울지 못해서 아쉬운
밤의 역사

그렇게 많은 밤들이 지나가고
아침이면
결국 혼자 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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